나이가 들수록 가족이 마주하는 질문은 대체로 비슷하다. 부모님이 아직 스스로 일상을 꾸릴 수 있어 요양시설에 모시기는 이르다고 느끼면서도, 혼자 지내시게 두자니 끼니와 안전, 외로움이 차례로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이때 가족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정작 시설을 고르는 단계가 아니라 그 앞 단계에 있다. 어떤 종류의 시설이 있는지, 지금 부모님의 상태가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를 구분하는 기준 자체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 노인주거복지시설은 세 가지로 나뉜다
노인복지법은 노인을 위한 복지시설을 목적에 따라 여러 갈래로 구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거를 중심에 둔 시설이 노인주거복지시설이며, 여기에는 양로시설과 노인공동생활가정, 노인복지주택 세 가지가 포함된다.
노인공동생활가정은 이 가운데 하나로, 어르신에게 가정과 같은 주거 여건과 급식, 그 밖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다. 이름에 '가정'이 들어가는 이유도 대규모 수용시설이 아니라 생활 단위를 가정에 가깝게 유지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양로시설이 비교적 규모가 큰 주거시설을 가리킨다면, 노인공동생활가정은 소규모 인원이 함께 생활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점이 구분된다. 노인복지주택은 주거 공간을 분양하거나 임대하는 방식에 가까워 성격이 또 다르다.
■ 요양원과 가장 크게 다른 점
가족들이 가장 자주 혼동하는 대상은 흔히 요양원이라고 부르는 노인요양시설이다. 그러나 노인요양시설은 주거복지시설이 아니라 노인의료복지시설로 분류된다.
구분의 핵심은 돌봄의 강도에 있다. 요양시설은 치매나 중풍 등으로 일상생활에 상당한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며, 입소를 위해서는 장기요양등급 판정이 전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주거복지시설인 노인공동생활가정은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상태를 전제로 한다. 돌봄을 대신 받는 곳이라기보다 생활의 기반을 함께 두는 곳에 가깝다는 뜻이다.
■ 이름이 비슷한 시설과의 혼동
여기서 한 번 더 걸러야 할 지점이 있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이라는 이름의 시설이 따로 있는데, 글자만 보면 노인공동생활가정과 거의 같아 보이지만 제도상 분류는 다르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은 소규모로 운영되더라도 노인의료복지시설에 속한다. 즉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 가까우며, 주거복지시설인 노인공동생활가정과는 입소 대상과 목적이 구분된다.
시설을 알아볼 때 이름만 보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족이 확인해야 할 것은 간판에 적힌 명칭이 아니라 그 시설이 어떤 법적 분류에 속하고 어떤 상태의 어르신을 받는가다.
■ 실버타운은 법률 용어가 아니다
흔히 쓰이는 실버타운이라는 표현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실버타운은 법령에 등장하는 공식 명칭이 아니라 민간에서 통용되는 말로, 제도상으로는 노인복지주택 등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같은 실버타운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더라도 실제 운영 형태와 비용 구조, 입소 조건은 시설마다 상당히 다를 수 있다. 명칭보다 어떤 시설 유형으로 신고돼 운영되는지를 확인하는 편이 혼선을 줄인다.
■ 어떤 상태일 때 주거복지시설을 검토하나
노인공동생활가정을 포함한 주거복지시설이 검토 대상이 되는 시기는 대체로 분명하다. 혼자 식사를 챙기고 집을 관리하는 일이 점차 버거워지지만, 아직 집중적인 요양이나 의료적 돌봄이 필요한 단계에는 이르지 않은 때다.
이 구간에 놓인 어르신은 선택지가 좁다고 느끼기 쉽다. 혼자 사는 방식과 요양시설이라는 두 극단 사이에 놓인 중간 단계의 주거 형태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이 중간 구간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거와 식사, 최소한의 생활 편의를 함께 해결하면서도 개인의 생활 방식을 유지하려는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 소규모 생활 형태가 늘어나는 배경
최근 주거복지시설을 알아보는 가정이 늘어난 데에는 가구 구조의 변화가 놓여 있다. 자녀와 떨어져 생활하는 고령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돌봄이 필요한 단계에 이르기 전부터 주거 환경을 미리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생활 형태에 대한 선호도 예전과 달라졌다. 여러 사람이 한 방을 쓰는 다인실 중심의 환경보다 개인 공간이 확보되는 구조를 찾는 경우가 늘었고, 식사나 안전 확인처럼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만 공동으로 해결하려는 수요가 뚜렷해졌다.
다만 이런 형태가 모든 어르신에게 맞는 것은 아니다. 공동 식당을 이용하고 이웃과 일정 부분 생활을 공유해야 하는 만큼, 완전한 독립생활을 원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 비용을 볼 때 함께 확인할 것
비용은 시설 유형과 운영 주체에 따라 구성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월 단위 생활비만 받는 곳이 있는가 하면 보증금이나 별도의 이용료가 함께 붙는 곳도 있어, 총액만 비교하면 실제 부담을 잘못 가늠하기 쉽다.
확인해야 할 것은 금액 자체보다 포함 범위다. 식비와 공과금이 생활비에 들어 있는지, 난방이나 냉방 비용이 계절에 따라 따로 청구되는지, 요양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때 추가 부담이 생기는지를 항목별로 나눠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 확인해야 할 기준
시설을 비교할 때는 비용부터 보기 쉽지만, 순서를 바꿔 보는 편이 실수를 줄인다. 먼저 어르신의 현재 생활능력이 어느 유형의 입소 조건에 맞는지를 확인하고, 그다음에 생활공간의 형태와 식사 제공 방식, 비용에 포함되는 항목을 차례로 따져보는 방식이다.
생활능력 기준은 유형마다 다르게 정해져 있다. 방 청소와 세탁, 목욕 같은 일상 동작을 스스로 할 수 있는지, 공동 식당을 이용할 수 있는 정도의 체력이 있는지가 주거복지시설에서는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장기요양등급이 있는 경우에는 그 등급으로 어떤 서비스를 어디까지 이용할 수 있는지,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지도 미리 정리해 두는 편이 좋다. 같은 등급이라도 시설 유형에 따라 적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시설이 더 낫다는 비교가 아니라, 지금 부모님의 상태가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분류를 먼저 맞춰 두면 그 다음 선택은 훨씬 단순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