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희의 맛있는 개똥철학] AI의 까르마

전명희

우리가 흔히 ‘업’이라고 부르는 까르마는 내가 한 행동이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이 언젠가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는 의미다. 좋은 일을 하면 좋은 결과가 돌아오고, 나쁜 일을 하면 나쁜 결과가 돌아오는 단순한 인과응보의 뜻만은 아니다.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했느냐가 결국 나라는 사람을 만든다는 뜻에 더 가깝다. AI의 미래에는 인간의 까르마가 묻어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서 재미있는 질문 하나가 생긴다. AI에게도 까르마가 있을까. AI는 인간처럼 태어나서 죽는 생명도 아니고, 욕망과 의지를 가진 중생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니 AI가 스스로 업을 짓는다고 말하는 것은 아직 조심스럽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재미있는 것은 AI가 인간의 까르마를 다시 인간에게 돌려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AI의 미래는 AI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AI에게 무엇을 가르치느냐가 곧 미래의 인간에게 무엇을 물려주느냐이다. AI에게 악을 가르치고 선을 기대하는 것은 인간의 욕심이다.

 

AI는 인간이 남긴 수많은 흔적의 정보를 먹고 자란다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글을 읽고, 인간이 만든 그림을 보고, 인간이 남긴 지식과 정보와 대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인간의 지혜도 들어가고 인간의 욕망도 들어간다. 사랑도 들어가고 증오도 들어간다. 진실도 들어가고 거짓도 들어간다. AI는 어쩌면 인류가 오랫동안 쌓아온 거대한 업의 창고를 들여다보는 기계인지도 모른다. 오늘 우리가 AI에게 남기는 것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다.

 

우리가 AI에게 무엇을 가르치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인간이 편견을 넣으면 AI도 편견을 배울 수 있다. 거짓 정보를 쌓으면 거짓이 새로운 정보로 만들어질 수 있다. 폭력적인 언어를 쏟아내면 그 흔적 역시 데이터라는 이름으로 남는다. 반대로 인간이 좋은 지식과 아름다운 문장과 따뜻한 생각을 남긴다면 그것 역시 AI의 재료가 된다. AI에게 좋은 답을 얻으려고 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좋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에게 지혜를 요구하기 전에 인간이 지혜로운 존재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AI에게 심어놓은 인간의 모습이 언젠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까르마의 범위가 달라질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내가 한 행동이 나와 주변 사람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인터넷에 남긴 한 문장, 한 장의 사진, 하나의 영상, 하나의 거짓 정보가 AI를 통해 수많은 사람에게 다시 만들어져 돌아올 수 있다. 내가 세상에 던진 말 한마디가 AI를 거쳐 수천, 수만 개의 말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는 시대다. 인간이 가진 탐욕을 AI가 증폭하면 세상은 더 빨리 망가질 수 있다. 

 

무서운 일이다. 동시에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인간이 만든 AI가 인간의 지식을 확대한다면 인간의 선한 까르마도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좋은 생각이 AI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고, 한 사람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더 넓은 세상에서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 AI는 인간의 업을 없애주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업을 증폭시키는 거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AI에게 무엇을 시키느냐 만큼이나 AI 앞에서 우리가 어떤 인간이 되느냐가 중요하다. AI의 가장 오래된 데이터는 인간이고, AI의 가장 새로운 까르마도 인간이다.

 

“AI는 인간의 업인 정보를 저장하고, 미래는 그것을 재생한다”

 

 

[전명희]

서울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다 그만두고

‘밖철학연구소’를 설립해 연구에 몰두했지만

철학 없는 철학이 진정한 철학임을 깨달아

자유로운 떠돌이 여행자가 된 무소유이스트

이메일 jmh1016@yahoo.com

 

작성 2026.10.16 10:08 수정 2026.10.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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