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무리쌤의 교실 이야기] 늬들이 늙크크를 알아?

교실 속 유일한 늙크크

늬들은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다!

<챗 지피티 이미지 생성>


혹시 오늘 편지의 제목을 보시곤 “늬들이 게 맛을 알어?”라며 햄버거를 들고 경쾌하게 묻던 신구 선생님의 목소리가 떠오르셨나요? 그렇다면 독자님은 늙크크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 문구는 2002년 롯데리아 크랩버거 광고에 등장했는데요. 당시 태어난 사람도 이제 만 23~24세의 어엿한 성인입니다. 그러니 이 문구를 기억하거나 직접 써 본 사람이라면 저처럼 제법 묵직한 늙크크일 가능성이 큽니다.


늙크크는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로, 최신 유행에 어둡거나 ‘올드한 감성’이 더 편한 사람을 장난스럽게 표현하는 말입니다. 실제 나이가 많거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꼰대’와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누군가를 깎아내리기보다는 서로 웃고 넘기는 인터넷 농담에 가깝지요. 반대말도 있습니다. 영어로 ‘젊다’는 뜻의 ‘영(young)’을 따온 영크크입니다. 트렌디하고 힙한 감성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이지요.


제가 갑자기 늙크크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가 궁금하신가요?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아이들이 매일 저를 늙크크라고 놀리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이 챌린지 알아요?”
“이 노래 들어 봤어요?”
“이 유튜버 알아요?”


아이들은 시시각각 바뀌는 유행을 들고 와 저를 시험합니다. 저도 스마트폰을 꽤 오래 들여다보는 편이라 늙크크치고는 최신 유행을 제법 안다고 자부했는데, 초등학생의 영크크력은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질문 중 하나라도 모르면 기다렸다는 듯 웃음이 터집니다.

“선생님, 완전 늙크크네!”


게다가 나이 기준도 어찌나 엄격한지, 스무 살만 넘어도 무조건 늙크크랍니다. 겨우 열두 살인 초영크크들이 자기들만의 기준을 들이밀며 판정관 노릇을 하는 걸 보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주민등록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을 나이에 세대 구분만큼은 어찌나 단호한지요.


최신 유행의 최전선에 있는 아이들과 지내다 보니 신조어와 밈, 각종 챌린지와 노래를 일부러 찾아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도저히 그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하나를 익히면 새로운 것이 세 개쯤 등장하고, 겨우 외운 유행어를 입에 올리면 벌써 한물간 표현이 되어 있기도 합니다.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르기는커녕 유행의 뒤꽁무니만 쫓는 기분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이들 중에도 저보다 트렌드를 모르는 젊은 늙크크 동지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친구를 발견하면 저도 이때다 싶어 외칩니다.

“너도 늙크크구나!”


남을 놀릴 때만큼은 세대 차이도, 나이 차이도 없습니다. 평소에는 아이들의 놀림을 받다가도 그 순간만큼은 늙크크 선배로서의 위엄을 잠시 되찾습니다.


물론 해가 갈수록 저는 점점 더 늙어갈 테고, 아이들은 또 다른 유행을 들고 교실에 나타날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 어린이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가끔은 ‘늙은이 취급을 넘어 낡은이 취급까지 받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듭니다. 나이는 들어도 마음만은 젊게 살고 싶은데, 아이들 앞에서는 마음의 나이마저 수시로 검증받는 기분입니다.


교실에서 어른은 저 혼자이니 가끔은 세대 차이에서 오는 외로움도 느낍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유행을 전부 따라잡을 필요까지는 없겠지요. 아이들이 저를 놀릴 때면 저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볼 생각입니다.

“늬들은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제 몫을 해내는 모든 늙크크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늙크크들, 오늘도 힘내자구요!



K People Focus 별무리쌤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안녕하세요. 격주로 진짜 교실의 이야기를 담은 칼럼을 쓰게 된 함께성장인문학 연구원 43기 별무리쌤입니다. 치유와 코칭 백일 쓰기, 인문의 숲 과정을 거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달콤 쌉싸름한 이야기들을 글로써 독자들께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교육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글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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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10.12 11:23 수정 2026.10.1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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