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맑은 오후입니다.
반려견 열무가 햇볕이 잘 고이는 곳을 골라 잠을 자고 있습니다.
배까지 오르락내리락하며 곤히 잡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잠자는 열무에게 소리없이 물어 보았습니다.
열무가 자신이 살아있음을, 존재하고 있음을 알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열무야. 너는 네가 지금 숨을 쉬는 걸 느끼고 있니?’
자신이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을 헤아리고 그 숨결을 알아챌 수 있는 존재는 사람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누구나, 언제나 숨을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매일 뜨는 달을 어쩌다 올려다보며 스스로 놀라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자기의 들숨과 날숨을 경이롭게 살펴보는 경우는 더 드문 듯합니다.
가만히 숨결에 집중하다 보면 숨은 자기라는 고유한 존재가 만들어내는 원초적인 리듬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리듬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다 보면 진짜 ‘나’를 만날 수 있을 것만도 같습니다.
몸을 활짝 열고 양팔을 벌려 바람을 만끽한 경험을 떠올려 보세요.
아마 자신의 숨을 만끽할 때도 비슷한 자유로움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햇볕을 등진 채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들숨과 날숨을 헤아리곤 합니다.
‘지금은 들숨’
‘이번에는 날숨’
이렇게 말입니다.
숨에 집중하는 순간은 생각이 없어집니다.
잡념이 생길 때면 어김없이 숨을 놓친 것입니다.
하지만 숨을 놓친다고 걱정할 일은 전혀 없습니다. 숨은 기어코 다시 찾아오니까요.
숨을 찾다 보니, 자연현상 모두가 숨의 작용처럼 보입니다.
마치 달도 숨을 쉬고 있는 듯 말입니다.
보름달은 들숨, 초승달은 날숨.
인생이나 계절에도 숨이 있습니다.
청춘은 들숨, 노년기는 날숨, 낮은 들숨, 밤은 날숨, 봄 여름은 들숨, 가을 겨울은 날숨,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날은 들숨,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걱정에 불안해지는 날은 날숨, 연민이 일어날 때는 들숨, 미워하는 마음이 생길 때는 날숨.
숨만 있어도 살 것 같습니다.
숨만 지켜봐도 세상 부러울 게 없습니다.
숨만 가까이해도 외롭지 않습니다.
저에게 좋은 친구가 생겼습니다.
K People Focus 김황종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 저는 춘천에 있는 제따와나선원의 2박3일 초심자과정(https://jetavana.net/52)을 다녀온 후 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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