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수용위원회에는 최후 변론이 없다

재결 보상금은 대부분 서류로 정해진다고 봐야

열람기간에 내는 의견서가 확실한 발언의 기회

원하는 금액과 근거, 따로 청구할 것을 적어야

시·군·구청에서 재결신청 열람 안내문이 날아오면 많은 토지소유자가 이렇게 생각한다. 

"심리하는 날 위원회에 나가 내 사정을 설명하면 되겠지."

드라마 속 법정의 최후 변론처럼 마지막에 할 말을 할 순서가 있으리라 믿는 것이다. 하지만 토지수용위원회에는 그런 순서가 정해져 있지 않다. 위원회가 부르지 않으면 심리 날은 토지소유자가 모르는 사이에 지나간다.

 

토지수용위원회는 사업시행자와 토지소유자의 협의가 끝내 깨졌을 때 수용할 토지의 범위와 보상금을 정하는 기관이다. 그 결정을 재결이라 한다. 위원회는 서류를 중심으로 심리하고, 필요한 조사도 직접 한다. 재결은 서면으로 하며, 심리는 실무상 공개하지 않는다. 토지보상법은 위원회가 심리에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만 토지소유자를 불러 의견을 듣게 했다. 원한다고 출석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내 재산이 걸린 일인데 말할 자리조차 장담할 수 없다니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 제한이 재결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장치라고 봤다. 공고 뒤 열람기간에 의견을 낼 기회가 이미 있으니 적법절차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이었다(헌법재판소 2007. 11. 29. 선고 2006헌바79 결정). 

 

위원회는 재결신청을 받으면 이를 공고하고, 공고한 날부터 14일 이상 관계 서류를 누구나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토지소유자와 세입자 같은 관계인은 이 기간에 의견서를 낼 수 있다. 보험금은 창구에서 하소연한다고 나오지 않는다. 청구서에 붙인 진단서가 금액을 정한다. 재결 보상금도 다르지 않다. 열람기간에 내는 의견서와 증거가 보상금과 연결되는 것이다.

 

의견서에 적은 내용은 재결을 위한 감정평가에서 참고 자료가 된다. 위원회는 보상금을 사업시행자가 신청한 금액보다 늘려 정하는 증액재결도 할 수 있다. 의견서는 그 증액의 근거를 건네는 문서인 셈이다. 재결로 가면 오히려 깎인다는 소문도 있지만, 원칙적으로 그렇지 않다. 위원회는 당사자가 신청한 범위 안에서 재결해야 하고, 그 범위를 넘을 수 있는 것은 보상금을 늘릴 때뿐이다. 다만 심리 결과 보상 대상이 아닌 항목은 빠진다.

 

그렇다면 의견서에는 무엇을 담아야 할까. 첫째는 원하는 보상과 그 근거다. 면적, 실제 이용 상황, 영업이나 농사의 실태처럼 서류와 다른 부분을 짚고 사진, 계약서, 장부를 붙여야 한다. 둘째는 토지조서와 물건조서, 곧 사업시행자가 수용할 토지와 물건을 적은 목록에서 빠지거나 틀린 부분이다. 보상계획을 열람할 때 이의를 내지 않았다면 조서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 셋째는 따로 청구해야 하는 것이다. 일부가 수용되고 남은 토지를 원래 용도로 쓰기가 현저히 어렵고 매수 협의도 되지 않았다면, 그 잔여지까지 수용해 달라고 위원회에 청구할 수 있다. 기한은 그 사업의 공사가 끝나는 날까지다.

 

사업시행자에게 매수를 요구했다고 위원회에 청구한 것이 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위원회는 청구받지 않은 것을 판단하지 않으니, 의견서에 분명히 적어야 한다. 문장은 사실, 증거, 요청을 한 묶음으로 쓰면 된다. 처음 읽는 위원도 무엇을 왜 바꿔 달라는지 바로 알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식이다.

 

"물건조서에 사과나무 40그루가 빠져 있습니다. 현장 사진과 묘목 구입 영수증을 붙이니 보상 대상에 넣어 주시기 바랍니다."

 

열람기간을 놓쳤다고 끝은 아니다. 위원회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늦게 낸 의견서도 심리할 수 있다. 하지만 받아 줄지는 위원회 몫이니, 공고문을 받는 날 마감일부터 달력에 적어 둬야 한다. 글로 다 전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출석해 진술하게 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때는 왜 서류가 아니라 직접 설명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위원회가 부르면 반드시 응해야 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이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출석할 때는 앞서 낸 의견서를 바탕으로 할 말을 짧게 정리해 가면 된다. 시간 계산도 알아 둬야 한다. 재결은 위원회가 심리를 시작한 날부터 14일 안에 해야 하고,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심리를 시작한 날은 위원회가 회의를 열어 실제로 심리에 들어간 날이다.

 

열람기간이 끝난 날이 기준이 아니어서 재결 소식은 한참 늦어질 수 있다. 그럴 땐 위원회에 심리 일정을 물어보면 된다. 같은 14일이라도 뜻은 정반대다. 열람기간의 14일은 ‘적어도 이만큼’이라는 뜻이고, 재결기간의 14일은 '늦어도 그 기간 안에'라는 의미다. 재결 금액에 수긍하기 어렵다면 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90일 안에 바로 행정소송을 낼 수 있다. 이의신청을 거쳤다면 소송 기한은 이의신청에 대한 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60일이다.

 

다투는 동안에도 수용 절차는 멈추지 않는다. 재결 보상금을 받으면서 계속 다투려면 이의를 남긴다는 뜻을 밝히고 받아야 한다. 의견서를 직접 쓰기 어렵다면 가족에게 맡겨도 된다. 다만 돈을 받고 서류를 대신 써 주거나 내 주는 일은 변호사나 행정사처럼 법이 정한 자격자의 몫이다. '토지컨설팅'을 내세우는 업체라면 자격부터 확인해야 한다. 수용 절차에서 토지소유자의 목소리는 말보다 서류로 전달된다. 열람기간에 낸 의견서는 하나도 빠짐없이 위원회로 넘어간다. 최후 변론을 위한 절차로 토지수용위원회가 정한 열람기간에 미리 해 둬야 한다. 심리실 문은 서류로 먼저 두드려야 한다.

작성 2026.10.10 16:21 수정 2026.10.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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