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 그림은 어떻게 정신화를 돕는가 - 경기 파주시 ‘온가족미술심리상담센터’ 조윤정 대표

본문이미지

▲ [온가족미술심리상담센터] 조윤정 대표    

 

 

아이들과 상담하다 보면 “왜 그랬니?”라는 질문 앞에서 “그냥요”, “몰라요”라고 답하는 장면을 자주 만난다. 어른들은 이를 무성의하거나 반항적인 태도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청소년에게는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 자신의 마음을 정확한 언어로 붙잡고 설명하는 일이 어려울 수 있다. 행동은 이미 밖으로 나왔지만 그 행동을 만든 마음은 본인에게도 선명하지 않은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정신화’다. 정신화는 나와 타인의 행동 뒤에 생각, 감정, 욕구, 의도와 같은 마음의 상태가 있음을 이해하려는 능력이다. “나는 지금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 “친구의 저 말에는 어떤 마음이 있었을까?”라고 질문하는 순간, 우리는 즉각적인 판단에서 한 걸음 물러나 마음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정신화는 상대의 마음을 정확히 맞히는 기술이 아니다. 내가 모를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 호기심을 유지하는 태도에 가깝다.

 

그러나 마음을 말로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특히 수치심, 불안, 분노처럼 복잡한 감정은 언어보다 색과 선, 형태와 이미지로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검게 뒤엉킨 선, 종이 한쪽에 작게 그려진 자신, 가슴을 둘러싼 벽과 같은 상징은 말이 되기 전의 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그림을 보고 성격이나 심리를 단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 색을 보고 있으면 어떤 느낌이 드니?”, “이 벽은 무엇을 지키고 있을까?”라고 함께 궁금해하는 과정이다. 그림은 마음을 판정하는 검사가 아니라, 마음을 안전하게 탐색하도록 돕는 제3의 공간이 된다.

 

여기에 자비로운 태도도 더해져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렸더라도 곧바로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지?”라고 비난한다면 성찰은 다시 회피와 방어로 닫힐 수 있다. 자비는 지금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그 마음을 함부로 몰아붙이지 않으며, 자신에게 필요한 돌봄을 선택하는 태도다. 미술로 표현된 마음을 자비롭게 바라볼 때 청소년은 감정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고, 감정을 견디며 생각해 볼 여유를 얻는다.

 

필자는 오랜 학교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정신화, 자비명상, 미술치료를 통합한 자비명상 미술치료(CMAT)를 개발하고 연구해 왔다. 이 접근은 청소년에게 조용히 명상하라고 요구하거나 그림을 잘 그리게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호흡을 통해 몸과 마음의 속도를 늦추고, 이미지로 감정을 표현하며, 작품에 대한 열린 질문을 통해 자기와 타인의 마음을 다시 생각하도록 돕는 경험적 과정이다.

 

학교의 마음교육도 이제 “화내지 마라”,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는 행동 지시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문제행동을 서둘러 교정하기 전에 “그 행동 뒤에는 어떤 마음이 있었을까?”를 함께 물어야 한다. 말하기 어려운 마음에 색과 형태를 허락하고, 그 마음을 비난 없이 바라볼 수 있게 할 때 청소년은 비로소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 다시 연결될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림은 말보다 먼저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자비는 그 문이 닫히지 않도록 지켜준다.

 

 

본문이미지

▲ [온가족미술심리상담센터]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조윤정 대표    

 

 

조윤정 대표

 

자비명상 미술치료(CMAT) 창안자이며, 자비명상미술치료연구회 대표이자 온가족미술심리상담센터장이다. 오랜 학교상담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돕는 정신화 기반 자비명상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개발·연구하고 있다. 상담과 미술치료, 자비명상을 연결한 교육과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저서로 자비명상 미술치료 워크북 《숨, 색 그리고 자비의 치유》와 에세이집 《나에게 친절해지기로 했습니다》가 있으며, 자기돌봄 워크숍 강의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백태현 기자 .
작성 2026.10.08 15:43 수정 2026.10.08 15:43

RSS피드 기사제공처 : 얼리어답터뉴스 - 얼리어답터신문 / 등록기자: 백태현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